#.1
익숙한 곳이다.
어딘가의 비상용 계단 같지만, 층계마다 이어지는 곳은 없다.
오로지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만 있는 곳.
이 건물의 목적을 찾아보자면, 글쎄.
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딱 하나 있으며,
계단만이 존재할 목적이 있는 건물이 무엇일까.
수수께끼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.
그저 망상에 불과할 뿐이니.
#.2
엘레베이터랄 것도 없다.
그저 수 많은 나선형 계단만이 있을 뿐이다.
그 곳에 숨이 차도록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있었다.
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는 보이지 않을,
여유로운 사람이었다. 마치 익숙한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.
#.3
익숙하다는 표현은 그에게 적합해보였다.
숨이 가쁘도록 올라와 당연하단듯이 옥상의 문을 향했고,
문이 열리지 않는것 또한 그의 예상범주 안이었다.
'그렇다면, 남는 방법은 하나.'
그렇게 심호흡을 한 뒤,
'몸을 비틀어 잠에서 깨는 것.'
#.4
아무래도 그에겐, 이 곳이 꿈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모양이다.
아쉽게도,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곧이어 당황한듯
황급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.
'제발.. 열려! 열리라고!'
손잡이를 다급하게 돌리고 문을 사정없이 발로 차댄다.
#.5
그럼에도 문은 열리지 않고, 누군가 계단을 올라온다.
'또각 또각 또각'
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오자,
그의 다급함이 절심함으로 바뀌었고,
좀 더 강하게 날뛰기 시작했다.
#.6
끝내, 문은 열리지 않았다.
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다.
일부러 뒤돌아보지도 않았다.
그녀와 마주하는 것이 무서웠기 때문에.
#.7
어깨에 서늘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촉감이 느껴졌다.
그리고, 그녀의 입이 움직이던 순간에
잠에서 깨어났다.